어떤이가 있었다.

2017. 6. 18. 03:05

어떤 이가 있다.

그 이는 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집안의 부유함과 별개로 그 이의 지갑은 얇았고.

자연스럽게 식습관도 건강하지 못했다.

그이는 초밥을 매우 좋아했지만 평소에는 인스턴트에 만족하며 생활했으니까.

그이의 나이는 비교적 어렸지만, 그이는 자기보다 연상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고, 왠만한 주당도 마시기 힘들어하는 술을 즐겨마시는 척 연기도 했었다.

평소 교육제도에 관심이 많았던 그이는 아마 교사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혹은 그 언저리나.

 

하지만 현실적으로 교사가 되기는 어려웠다.

대신, 그 이는 그림 그리는 것에 재능이 있었고, 돈이 필요해서였는지, 자신의 그림에 자신이 있어서인지 돈을 받고 그려준 경험도 있어 보인다.

동년배 친구들보다 자유시간이 많았기에 많은 취미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림 그리기, 고양이 키우기, 라떼아트, 로보토미같은 PC게임 그리고 피아노까지. 

 

모두 손을 사용하는, 손이 돋보이는 취미였고(그 이는 고양이를 만지는 손을 자주 공개했다.) 자연스럽게 이쁜 손에도 관심이 많아 본인의 손을 꾸미는 것도 좋아했다.

꽤 여성적인 취미라고 생각할법도 하지만 그 이는 '여성스러움'에 저항하는 페미니즘에도 관심이 많았다.

▲ 그이가 읽던 책

페미니즘 운동을 할만큼 인권에 관심이 많았기에 그 이는 스스로 만든 캐릭터에게도 인격이 있고, 인권이 있다고 생각한 나머지 자신의 캐릭터에게도 장문의 사과글을 남겼다.

 

내가 미안해 ○○야

진짜, 진자 미안해. ○○야

아 정말 ○○ 미안해 ○○야 내가 너무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네 인생에서 살아가는 의미를 빼앗아서 미안해

진짜 미안해 너무 미안해 죽게 두고 싶지는 않아서 더 미안해

너무 미안해

실낱같은 행복과 희망마저 잘라내서 미안해

끄트머리 보라색이 물든 은빛 머리칼을 가진 내 새끼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고 없던 일로 만들어서 미안해

추억을 잘라내서 미안해

 

하지만 난 그 어떤 이가 정말 사과할 사람에게는 아직 사과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과로 될 일도 아니지만.

 

이런 어떤 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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