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논란을 보며, 사과문 작성 방법과 예시문

2016. 7. 24. 22:54

최근 '메갈리아' 사태의 파생효과로 독자를 개, 돼지로 보던 일부 웹툰, 라이트 노벨 작가들이 사과를 하고 있습니다.

▲ 모 라이트노벨 작가님의 머릿속.

▲ 독자에게 지능 운운하는 웹툰작가

▲ 모든 것을 매출과 연결하는 업계인

그 분들께서 자기의 작품을 읽어주고, 구매해주는 독자를 생각하는 관점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소위 일본말로 혼네(本音)가 들킨거죠, 사실 이런 말은 요즘 자주 들으시죠?

우리가 월급주는 만화작가에게 듣기 전에, 똑같이 우리가 월급주는 공무원에게도 얼마 전에 이런 말 들은 거 같아요, 몇일 전에 드라마에서도 본 것 같구요.

▲ 교육부 나향욱 "민중은 개, 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 38사기동대 방필규 "나 같은 사람들이 너희에게 동정심을 배푼 것. 권리라고 착각 마라"

 

노예인 저희 입장에서는 주인님께서 혹시라도 밥그릇을 잃을까봐 걱정이 되지만 개, 돼지인 독자주제에 뭘 알겠습니까.

다만, 일부 주인님께서는 기자놈들이 언론보도를 하고, 네티즌놈들이 시끄럽게 구니까 번거로운 나머지 또는 진심으로 생각이 하루 아침에 변하셔서(저는 이 둘중 어느쪽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친히 사과문을 작성하셨습니다.

▲ 이건 그나마 잘 쓴 사과문

▲ 사과하는 장면도 어디서 본 것 같아.

위 사과문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라서 부담없이 퍼왔습니다만 나머지 상당수 사과문은 '사과문을 전파하다 오히려 주인님이 욕먹을만한 수준이라서 감히 충언을 드라고자 글을 올립니다.

개, 돼지 주제에 뭘 알겠냐만은 그래도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이리, 저리 사과를 꽤 많이 받았거든요.

▲ 최근에 받은 사과만 이정도.

주인님들은 그래도 '작가'신데 상당수의 사과문이 글로 먹고 사는 '신흥귀족' 작가라는 신분에 조금 부족한 글 같아보였습니다.

▲ 뭐.. 요정도 부족해보임

구체적으로 누구라고 명시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사과문이 너무 가벼우면 '상황을 잠시 모면하려고 쓰는 글'로도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인님의 본의가 왜곡되어 전달되면 주인님을 모시는 노예 입장에서도 좀 기분이 나쁘거든요.

▲ 나의 주인님은 이런 거짓 사과를 할 리가 없어!

일반적으로 '적절한 사과문'은 아래와 같은 특성을 가집니다.

 

1. 사과하는 주체, 사과받을 대상을 정확하게 명시

 

2. 과실 내용과 사후 대책을 간결하게 정리

 

3. 사과문은 길지 않아야 한다.

  - 너무 길면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변명처럼 보인다.

 

4. 상투적인 문구는 피한다.

  -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 '죽을 죄면 죽어주세요.' → 반박불가

  -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 생각은 바뀌기 마련.

  - 의도 / 오해 / 본의 / 유감 → 변명으로 보인다.

 

5. 시점과 장소도 중요하다.

  - 시점은 빠를수록 좋고, 장소는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곳'일 수록 좋다.

 

마지막으로 시대가 시대인만큼 글보다는 육성이 담긴 영상이 더 진정성이 느껴지고 좋겠죠?

사과문의 좋은 예로는 태풍으로 사람이 사망한 태국에 가진것이 돈밖에 없다며 7천원을 지원하겠다는 사건. 기억나시나요?

말도 안되는 사건이었고 몇일 뒤, 블락비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로 아래처럼 사과를 합니다.

몇일만에 인성이 뒤집혀지지는 않을 것이니 아마도 기획사가 잘 연습시켰나 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잘 된 사과문 예로는 삼성전자의 사과문이 있습니다.

저희 삼성 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드렸습니다. 머리숙여 사죄합니다.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유족분들, 치료중이신 환자분들, 예기치 않은 격리조치로 불편 겪으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저희 아버님께서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계십니다. 환자분들과 가족분들이 겪으신 걱정과 불안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습니다. 환자분들은 저희가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해드리겠습니다. 관계당국과도 긴밀히 협조해 메르스 사태가 이른시일내 완전히 해결되도록 모든 힘을 다하겠습니다.

저희는 국민여러분의 기대와 신뢰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제 자신이 참담한 심정입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사태가 수습되는대로 병원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이번일을 계기로 응급실을 포함한 진료 환경을 개선하고 부족했던 음악 병실도 충분히 갖춰서 환자분들께서 안심하고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저희는 앞으로 이런 감염 질환에 대처하기 위해 예방활동과 함께 백신과 치료제 개발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말씀드리기 송구스럽지만 우리 의료진들은 한 달 넘게 밤낮없이 치료와 간호에 헌신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에게 따듯한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메르스로 큰 고통을 겪고 계신 환자분들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하면서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 from. 삼성전자 이재용 사장

반면, 최근에 적발된 이건희 성매매 관련 사과문은 나쁜 사과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과 관련해 물의가 빚어진 데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

죄송하다.

이 회장의 사생활에 관한 문제여서 회사로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

 

- from. 삼성 홍보실

송구라는 표현도 그렇고 실질적인 사과 후 조치도 포함되지 않았거든요.

문제는 일부 작가님들의 사과문 상당수가 '이건희 성매매 사과문'수준이라는 겁니다.

부디 주인님과 노예층의 진심어린 마음이 오가며 이번 논란이 잘 마무리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사과문 작성 가이드'를 정리해봤습니다.

 

할 말은 많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 개인적인 평가는 아끼겠습니다.

다만, 일부 독자층이 '저 작가놈들을 때려 잡자'는 마음으로 추진하고 계시는 'yes cut 운동'만큼은 다들 진정하고 한번 더 고려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법적 수준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남성을 조금 비하하든, 여성조금 비하하든, 동성애자를 조금 비하하든, 사람을 살리든, 죽이든, 야하든, 야하지 않든 창작물에서 만큼은 제약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 많이 벌어지다보니 '그렇게 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겠다'라고 공감은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닌것 같습니다.

▲ 창작이 권력은 아니지만 권력이 '심의기관'으로 가는 것도 반대합니다.

주인님의 뜻에는 반하는 말이지만...

'창작의 자유' 범위를 정하는 역할은 장기적으로 볼때 시장을 지키고, 작품을 읽어주는 독자에게 있어야 한다고 저는 믿기 때문입니다.

별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제 경험에 따르면 다수결이 항상 정답은 아니지만 보통 정답에 가까웠거든요.

▲ 항상 정답은 아니지만.../(c) 연합뉴스

토닥이랑의 모든 게시물은 직접 촬영하고, 글로 담은 自作 컨텐츠로 퍼가는 행위(펌)를 일절 허락하지 않습니다.
인용한 내용은 출처를 별도 표기하고 있으며, 미비한 경우 댓글로 알려주시면 신속하게 조치하겠습니다.
(떠도는 이야기, 뉴스스크랩 등 일부 카테고리는 게시물 성격에 따라 생략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