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프 사과문을 발굴하며 대표님께 드리는 조언

2015. 1. 11. 13:41

■ "그동안... 고생 많았어."

요즘 이슈가 된 기업이죠.

'가장 비윤리적인 인터넷 쇼핑몰'이라 할 수 있는 소셜커머스 업체인만큼 별로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만,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좀 특이해서 위메프의 '사과문'이라는 것을 찾아 다녀봤습니다.

잠깐 생각해봅시다.

여러분이 사장이라고 가정해보세요.

내 잘못이든, 내 부하직원 잘못이든, 우리 회사 문화의 문제든 뭐든간에 고객 혹은 대국민 사과를 할 상황이 생겼습니다.

 

먼저 회사 대표는 사안의 크기에 따라 사과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고,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업체라면 보통 사과문정도는 붙일 겁니다. 그리고 홈페이지가 있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홈페이지에 사과문 팝업을 올릴겁니다.

팝업을 띄울 수 없는 상황이라면 보이는 첫 화면에 글을 적어 놓을 겁니다.

홈페이지는 '너희들도 보세요.'라고 관리하는 장소니까요.

 

아래 이미지는 SK텔레콤, 남양유업의 예입니다.

이 기업들이 사과를 모범적으로 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말이 좀 그렇네요. '모범적 사과'라...) 행위에 비하면 '최소한의 사과'에 가깝죠.

아무튼, 대국민을 상대로 이미지를 신경써야하는 기업들은 사고를 친 뒤에는 이렇게 사과를 합니다.

 

 

 

■ 사과문 찾아 삼만리

'젊은 기업'이라서 역시 다른 것일까요?

위메프는 달랐습니다.

제가 앞서 말씀드렸죠. 사과문이라는 것을 '찾.아.다.녔.다.'라고...

 

위메프는 온라인기업입니다.

온라인기업답게 위메프는 몇가지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쇼핑몰 홈페이지, 기업을 소개하고, 언론창구로 활용되는 기업블로그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SNS(페이스북,트위터)가 그 사이트들입니다.

SNS은 사이트라기보다 '계정'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네요.

 

아래 이미지는 1월 11일 기준, 위 4개 사이트를 촬영한 스크린샷입니다.

▲ 쇼핑몰, 사과문(혹은 팝업) 없음.

▲ 윤리경영? 사과는 없고, 깨알홍보만 가득한 기업블로그

▲ 드디어 사과문 '발굴'

▲ 트잉여에게는 사과하지 않겠다?

위메프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설마 윤리경영을 추구하는 위메프인데 아래의 소설같은 대화는 없었겠지요.

인턴

팀장님, 이번 사과문. 어디 어디 올리면 될까요?

 

팀장

이런건 니가 알아서 센스있게 해야지. 뭐 또 물어보냐.

보자.

쇼핑몰 고객들이야 가격만 싸면 되니까...팝업은 필요없고 고객센터 공지게시판에 작게 올려.

기업블로그는 얼마전에 윤리경영한다고 올려놨는데 모양빠지니까 넘어가구...

페이스북? 얘들은 좀 시끄러워. 자기 사진을 걸어놓고 있으니 착한척 해야지.

말이 많을거야. OK. 여기는 사과문 올려.

 

인턴

트위터는요?

 

팀장

트잉여는 신경쓰지 마. 

 

 

...라고 소설을 써 봤습니다.

 

- from. 토닥이가 쓴 소설

아마 그냥 단순한 실수일겁니다.

하지만 그 실수가 보기 좋지는 않네요.

 

 

 

■ 위메프 대표님께 드리는 사과 메뉴얼

혹시, 위메프 대표분께서 '청년기업'답게 젊은 분이기에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사과해야하지?'라며 방법을 모르신다면 잘못하기도 전에 사과부터 하는 사과의 달인, 토닥이가 적절한 사과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아래 대안 중에서 하나를 고른 후, 따라해보신다면 이번 사건으로 마음을 상한 당사자는 물론, 국민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겁니다.

 

#대안1.

▲ We're Sorry.

 

사과가 부족해보였던게 문제니까, 위 동영상처럼 엄청 사과를 많이 해보면 마음이 좀 풀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안2.

▲ 정말로 미안하다는 마음이 가득하다면!

옛날에 'KT 고객정보유출'때 만들어놓은 짤방인데요.

좀 뜨겁겠지만 효도회장님 말씀처럼 정말로 미안하다는 생각이 가득하다면 어디서든 꿇어 엎드릴 수 있잖아요.

보도자료 돌리는 것정도로는 진화가 안되니까 기자회견를 열어서 불타는 철판 위에서 사과를 하신다면 장담하건데 여론은 역전될 것입니다.

 

물론, 농담입니다. :-)

존경하는 대표님께서 미천한 본인의 글을 볼일은 없겠고, 잘하면 홍보부서에서 네이버에서 검색하는 등 모니터링정도는 할지도 모르겠는데 사과를 하든, 말든 당사자 마음이죠.

비분강개(悲憤慷慨)해서 긴 글을 써버렸는데 사실은 그래요.

그냥... 트위터(트잉여)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디스해봤어요.

요즘은 인터넷에 글 쓰기 무서운 시대다보니(영업방해니, 허위사실 유포니) 혹시라도 마음 상하실 위메프 임직원을 향한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하겠습니다.

 

"위메프야.

미안해.

나는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나두 어쩔수 없는 트잉여인가봐.

미안해."

 

하지만 이 사과와는 별개로 '한동안' 위메프에서 물건 안살 것 같아요.

 

[토막글] 소셜커머스가 비윤리적인 인터넷 쇼핑몰이라구요?

꽤 극단적 표현이지만 틀린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업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니 오해없으시길 바라며 위메프를 포함하여 도덕적이고, 잘하는 업체도 어딘가에는 있겠죠. 제가 뭐 회사 내부 사람은 아니니까...

 

그냥 소비자이자, 조금 알아 본 바로 옮겨보는 개인적인 생각이자, 표현입니다.

 

소셜커머스가 운영되는 시스템을 생각해보셨나요?

심플하게 단순화시키면 영업사원을 엄청 뽑아서 딜을 왕창 만들고, 수수료를 수익으로 삼는 비지니스 모델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인턴' 사원들도 다 영업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영업사원들이 하는 일이란 좀 나쁘게 표현하면...

 

고객의 숨은 Needs를 발굴 ('이거 안하면 니네 가게 망해요. 다른 가게는 다 하는데?')해서 '딜'을 만들어 내는 것이죠.

하지만 그 딜이 지나고보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싼 줄 알고 샀는데 서비스가 엉망이라거나, 그다지 싼 가격이 아니라거나 뭐 이런 경우. 상인 입장에서도 일만 번거로워지고 수수료만 왕창 때이는 등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더군요.

 

소비자는 그럴듯한 사진과 소개에 혹해서 한번쯤은 가겠지만 어떻게 보면 '아쉬운 입장'인 그다지 팔리지 않는 가게에서 돈을 쓰게되고, 가게 입장에서는 평소보다 저렴하게 팔면서 동시에 수수료도 내야되기때문에 부담만 커집니다.

 

물론, 그렇든 말든 소셜커머스 업체는 수수료를 받겠죠.

그리고 다음에는 옆가게 혹은 경쟁가게에 가서 같은 말을 할겁니다.

 

'저기서 저렇게 딜하는데 너희는 안해?'

 

비지니스 모델 상 어쩔 수 없겠지만... 이건 좀 상도가 아니지 않나요?

 

2000년대 '양아치 쇼핑몰'이 홈쇼핑이었다면 2010년대의 '양아치 쇼핑몰'은 소셜커머스라는게 제 시각입니다.

어디까지나 그냥 제 생각입니다.

제가 뭘 압니까.

 

 

[postscript]

- '한동안'

   대표님께 위로를 드리자면 이 또한 지나가겠죠?

   그냥 지나가면 안되겠지만.

 

- 위메프 사이트에 사과문을 아주 안올린 줄 알았는데... 올리긴 했더군요.

메인사이트 접속 후, '이메일 넣고 가입하세요' 팝업 닫고, 1월 쿠폰화면에 시선 뺏기지 않고 고객센터를 누른 뒤에 '공지사항'에 들어가면 수많은 게시물 중 하나로 '사과문'이 보입니다.

내가 위메프 사장이라면 '이메일 넣고 가입하세요' 대신, 사과문을 올렸을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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