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정성'이나, '과정' 자체를 최고의 선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작년 여름에 들렸던 이 '냉면집'도 바로 그런 곳중에 한 곳.
새로 오픈한 곳이라서 그런지, 삐까삐까하고, 넓은 시설에 큼지막한 글씨로 모든 면과 육수를 직접 만들어서 하신다고 적어놓기까지 하셨음.
냉면먹으면, 설사하는 민감한 장을 가졌다 할지라도 화장실에서 후회할지언정 냉면을 즐겨 먹는 나.
당시 날도 너무 더웠고, 도저히 피할수 없는 유혹이였다.
아무튼, 친절한 주인 아저씨와, 깨끗한 테이블과, 에어컨 빵빵한 시원한 실내에 가게에 손님은 나 혼자.
냉면의 사진을 보자.
▲ 맛있어 보이죠? (이 사진도 비율로 볼때 모토로이작품)
사진에 다 나오지는 못했지만, 내가 여지껏 먹어온 냉면들중에 가장 맛나보이는 냉면.
조리모형이 아니라, 실제 이런 냉면이 나온다.
저런 얼음육수와, 이쁜 계란에 고명을 올리고, 깨소금도 담뿍담뿍...
직접 반죽한 (이라고 적혀있는) 면까지!
자태는 미스냉면감이다.
(양념장이나 냉면무같은건 자기가 적당향 넣어먹는 레알 냉면집)
그리고 냉면김치나, 양념장등 부수적인 부분 또한, 요리전문가가 아닌 내가 봐도 알정도로 청결에 신경을 썼다는게 보였다.
냉면김치가 진짜 아삭아삭했고, 계란은 그림처럼 이쁜 반숙이였다.
좋은 재료들을 수북히 담은 음식 그리고 적절한 가격까지 모두 흠잡을 점이 없었으나…
결정적으로 저 좋은 것들이 하나로 모이니까, 맛이 없더라.
당시 꽤나 덥고, 배도 고팠는데 정말… 맛이 없었음.
직접 뽑은 면은 살짝 질긴 느낌 (좀 질겅질겅)이였고, 무엇보다 육수가 상당히…
아니다 싶었음.
원래 입맛이 굉장히 저렴해서 김밥나라 냉면먹고도 만족하는 사람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아니였음.
정성과 고집도 좋지만, 500원짜리 봉지육수라도 사넣으셨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