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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바리... 그리고 짠돌이네, 웃을 수 없는 추억들

todaki 2011. 6. 9. 13:00

우리나라 4컷만화에 나름대로 한 획을 그리신 이로마씨의 대표적인 캐릭터, 악바리.
오래되었지만, 이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기억 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바로, 아이큐점프에 실렸던 4컷 만화로, 엄청난 인기로 단행본도 나왔습니다. 

▲ 서울문화사에서 나온 악바리

 

이 만화는 기본적으로 4컷만화입니다.(비정기적으로 단편이 단행본 사이, 사이에 끼여 있기는 하지만)
주제는 '구두쇠'이자, '절약'이 생활화된 한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만화의 패턴은... 


첫컷에 잘사는 친구가 "나 컴퓨터 샀다"고 자랑하면,
다음 컷에서 악바리가 아빠한테 "나도 컴퓨터 사줘"라며 조르고,
3번째 컷에서는 악바리가 모니터 앞에 있다.
4번째 컷에서는 사실은 모니터가 아니라 텔레비젼에 페인트칠한것이다 뭐 이런식

 


■ 작가 스스로의 표절? 대머리가 치유된 몽다리의 탄생

 


▲ 같은 작가의 '몽다리'의 한 컷

 

'악바리' 이후, 작가 이로마씨는 '몽다리'라는 작품을 대원(챔프)에서 냈습니다.
이름만 다르지, 거의 같은 작품으로, "악바리에서 머리에 먹칠만 더 했다."는 평도 있었죠. -_-;;

▲ 자세히보면, 눈썹과 코,머리유무 등이 악바리와 미묘한 차이가 있는 몽다리.

 

어릴적, 악바리를 보다 몽다리를 처음봤을때는 그야말로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였습니다. -_-;;
얼핏봐서는 악바리나 몽다리나 그놈이 그놈처럼 생겼고, 구분법은 머리와 티셔츠정도(악바리는  한글의 'ㅇ'자 티셔츠를 입고 다니고, 인데 몽다리는 영어의 'M')

아무튼, 몽다리는 좀 심한 작품이였습니다.
악바리와 아무런 차이가 없었고, 내용 자체가 중복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당시에만해도, '대원에서 돈을 좀 더 준다했나보다...어차피 같은 작가니까...'라며 별 생걱없이 넘어간 기억이 있습니다. 

 

 

■ 그리고 2007년, 어?! 악바리가 애니메이션으로?

 

그런데, 주말에 티비를 보던중 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립니다만, 이 글은 최초에 2007년에 N社블로그에서 적었습니다.)

처음에는 악바리가 애니화된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옷입은게 누가봐도... 일본풍.(특히 아버지역)

그리고 자세히보면, 얼굴도 몽다리와, 악바리정도로 미묘하게 다릅니다.
다른건 딱 여기까지.

▲ 짠돌이네 VS 악바리(몽다리)

이야기의 주가되는 가족 구성원 자체가 동일합니다. 외동아들에 강아지를 키우는 집.

저 애니메이션은 이름부터 '짠돌이'네요.

짠돌이네의 주인공, '짠돌이'는 몽다리와 매우 닮았습니다. (악바리의 대머리와 몽다리의 코를 더하면 = 짠돌이!)

▲ 악바리 아버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

 

첫 이미지에서 그나마 조금 달라 보였던 악바리아버지는 짠돌이네를 보면서 '100%의 싱크로'가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뭐...
좋게, 좋게 사컷만화의 캐릭터는 다 비슷하고, 단순하게 표현하려다보니까 닮았나보다라고 생각을 해봅시다.
많이 양보해서요.

강아지도 자세히보니까, 귀모양이 다르고, 짠돌이 엄마와, 악바리 엄마는 확실히 다른 사람이니까요.(머리 모양이)

▲ 악바리(몽다리)의 특유의 표정도 사실은...

 

'이냥 저냥 좋게 좋게 영향을 받았다.'정도인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습니다.

 


■ 오마주이길 빌었지만...

 

그리고 몇일 뒤, 긴장반, 기대반으로 '짠돌이네'를 시청했습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 대사는 물론, 캐릭터의 동작과 구도까지 겹치는건 우연?!

 

▲ 우연이 겹치면 필연

 

▲ 적절한 현지화(우리나라는 90년대에 어린이야구팀이 활성화되지 않았으므로)

 


네...
어릴적 추억이나, 좋은 기억중 하나였던 이 작품은, 일본 원작만화의 현지화 작품이였습니다. -_-;;;
위 스크린샷과 만화책 대조군은 짠돌이네 에피소드 2개 그리고 몽다리 1권에서만 나온 양입니다.

하나, 하나 정리하자면 끝이 없어서 그만뒀던 기억이 -_-;;;

이 짠돌이사건(2007년에 제가 본격 포스팅했으나, 찻잔속의 폭풍으로 끝난)의 당사자 이로마 작가님은, 07년에 이미 아래와 같은 사건으로 현직에서 한발 물러서 있으셨죠.

▲ 버릇을 못고친...

 

 아무튼, 이런 만화가 우리나라 최고의 만화출판사이자, 번역서 업체인 서울문화사와 대원출판사에서 정식으로 유통되었습니다.
더 디테일하게 이야기하자면, 짠돌이네는 일본에서 85년~95년까지 연재되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88년 방영되었고, 악바리는 88년부터 연재되었습니다.
즉, 꽤 오랜기간 한국과 일본에서 같은 작품이 다른 작가의 이름으로 -무단으로- 독자들을 만났네요. :-)

지금와서 궁금한 점은, 당시에는 출판사에서 몰랐을까요?
무려 도라에몽의 '소학관'출신 만화인데 -_-;;

역시 문세형 말처럼, 추억은 추억일때에 아름답나 봅니다. 
이런 '만화계 흑역사'가 비단, 이로마씨만은 아니까요. ㅠㅠ

남박사도, 강철민대장(울트라맨)도 없다는 현실을 알게된 10년뒤 어느 날.
개인적으로는 많이 슬펐는데 ㅠㅠ
덕분에 요즘 꼬맹이들은 좀 부럽네요. 최소한 뽀로로는 우리나라 캐릭터니까요.

▲ 남박사가 아닌 남박사

 


▲ 울트라맨 80 이, 울트라90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였나 봅니다.



*ps
2007년 7월 1일에 적었던 글을 약간 손봐서 옮겨봤습니다. 이 사건 이후, 이로마씨가 '악바리'도 표절을 인정하셨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최초 포스팅당시 구 블로그 워터마크가 너무 크게 박혀있어서 일부 이미지 상태가 나쁩니다. -_-;;


*ps2
이번 포스트는 '만화'가 아닌, '문화' 색션으로 발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