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a rest

컴맹의 컴퓨터 사용일기

todaki 2010. 4. 13. 07:52

한 199X년 2월 1일-
드디어 컴퓨터를 샀다
방문을 잠그고 포장을 뜯어 어제 새로산 컴퓨터 책상에 조심스레 올려 놨다.
멀숙하니 생긴것이 정말 맘에 든다.
오늘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내일은 한번 해봐야지... 가슴이 설래여서 잠이 안올것만 같다.

199X년 2월 2일
오늘은 애 많이 먹었다.
컴퓨터를 어떻게 켜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컴퓨터 사용책자엔 전원을 켜라는데 컴퓨터에 전원이라는 글자는 없다
이리보고 조리보아도 없다. (혹 내가 못찾은걸까?)
아! 벌써 새벽2시다.
이래서 MADE IN KOREA가 욕을 먹는것 같다.

199X년 2월 3일
아무래도 컴퓨터 앞에 단추처럼 가지런하게 있는 두개의 버튼이 신경쓰인다.
"POWER" ..... 사전을 찾아보니 내가 알고 있는 뜻과 별 차이가 없다
" 힘, 능력, 에너지, 활력 "...
그렇다면 요놈은 전원이 절대 아니란 말인데...
아무래도 "RESET"이라 써있는 쪼그만 버튼이 맘에 걸린다.
내일은 꼭 켜보리라..
난 의지의 한국인이다.

199X년 2월 4일
수많은 걱정과 우려속에 조심스레 "RESET" 버튼을 살짝눌렀다.
컴퓨터에 기별이 안가나? 다시한번.. (요번엔 좀 세게, 좀 길게 눌렀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젠 나의 참을성에도 한계가 있음을 보여 주어야 할때인거 같다.
내일은 집앞의 컴퓨터 학원에 등록을 해야지...
기다려라 컴퓨터 내일이면 넌 나에게 무릎을 꿇을 것이다.
푸하하하! 괜히 유쾌해진다.

199X년 2월 5일
학원에 갔다. 10분 지각이다.
근데 어찌된일인가?
벌써 시작한뒤였다. 내자리의 컴퓨터도 전원이란놈이 들어와 있었다.
아차 싶었다.
오늘은 자판연습이였다.
신기하게도 내가 두드리는 대로 화면에 나온다.
신기하다.
하지만 오늘도 어떻게 켜는지는 못 배웠다.
집에와서 잠을 청하려해도 저녘에 학원에서 보았던 신기한 자판화면이 머리에
떠올라 컴퓨터에 다가갔다
하는수 없이 검은 화면만 물끄러미 보며 자판을 두드렸다. 그리고 먼지도없는
컴퓨터본체를 괜히 새거처럼만들기위해 신발에 광내듯 깨끗한 걸래에
그비싼 한국산 참기름을 듬뿍 발라 쓱쓱싹싹문질러 광을 냈다 폼나보였다
그렇게 해도 시간이 남아돌아 커피마시고 공부를 30분했더니 머리가 아팠다
공부하니 배가고파 친구가 권한 '뿌셔뿌셔 초콜릿맛'을 끓여보기만하고
먹지는 못했다 이건 한 일주일 굶어서, 굶어 죽기 직전만 아니라면 절대 먹지 못하는걸
인제서야 꺠닳았다..

199X년 2월 6일
오늘은 학원에 일찌감치 가서 기다렸다.
근데 학원선생이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전부다 컴퓨터를 켜는게 아닌가?
대단한 수강생들이다 싶었다
맞다! 하긴 어제 처음에 가르쳐 주셨겠지...
나만 시커먼 화면 이였다
학원선생님께서 전원을 켜라고 했다.
참난감했다. 그래서 사실대로 말씀드렸다
어제 쪼끔 늦게와서 전원 키는건 못배웠노라고..
웃는 학원선생과 수강생들의 얼굴이 귀여웠다.

199X년 2월 7일
오늘은 일요일...
어제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학원선샌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전원을 켰다.
이상한 글씨의 나열과 함께 화면이 켜졌다.
솔직히 눈물이 글썽거릴정도로 감동적이였다.
내가 대견해진 기분이다.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다. 어머니께서도 대견하시단다.
근데 문제는 바로전에 생겼다.
내실수다... 켜는건 배웠는데 끄는건 ........ 답답하다.
"POWER" 버튼은 킬때사용하는 거니깐....
또다시 "RESET"이란 놈이 자꾸만 거슬린다.
다시한번 큰맘먹고 꾸욱하고 눌렀다 초조해졌다.
성공! 성공이다. 꺼졌다.
어라 이상하다. 다시켜졌다. 이상하다.
그래! 분명 끄는건 맞는데 공장에서 실수를 해서
불량이 나온건 아닐까?
어째든 서너번 시도하다 안돼서 포기하기로 했다
물론 애석하지만 컴퓨터는 켜논 상태로 당분간 놔둬야 겠다.

199X년 2월 8일
용기있는 자여 그대이름은 남자
학원선생님께 컴퓨터 끄는 걸 배웠다.
역시 친절히 가르쳐 주셨다.
이번엔 지난번처럼 웃는 애들이 많았지만 귀엽게만 보이진 않았다.
은근히 열받았다.
집에와 컴퓨터를 보니 상당히 뜨거워져 있었다.
애도 열받았나보다.

199X년 2월 9일
학교에가서 선생님들과 애들에게 학원에서 배운
지식을 나누워 주었다.
물론 컴퓨터 끄는것과 켜는 것을 잊지않고 가르쳐 주었다.
모두 놀라는 눈치였다. 음.. 역시 아는게 힘이다 라는
학설은 맞는가 보다.
근데 이상하게 그후 나만보면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웃는다.
처음엔 존경의 미소 인줄알았는데... 아닌것 같다.
"왕따" 그래 이지메 비슷한 느낌이다.

199X년 2월 11일
학교가기가 싫다.
일부러 늦잠을 자는데 엄마가 깨우셨다.
도데체 학교 가기 싫은 이유가 뭐냐구..
엄마한테는 말할수 없다.
그래도 엄마에겐 자랑스런 아들인데...
하여튼 억지로 학교를 갔다.
종일 학교에서 시달림을 받았다.
내 컴퓨터실력을 시기하는 사람이 많은가보다.
하여튼 사촌이 땅사면 배아프다는 말이 딱 밎는 것 같다.
내일은 정말 안간다.

199X년 2월 12일
학원에서 내일은 최신식 수식계산 프로그램을 가르쳐 준단다.
아참! 웃긴다 미국녀석둘. 최신 프로그램이라며 만들었다는데..
우리 80년대 유행하던 자가용 이름을 붙이다니...
"EXCEL"
아마도 80년대에 이 프로그램을 만들다 우리나라 승용차를 보고 연상했으리
라...
쯧쯧 지금은 AVANTE가 유행인데...
그러고 보면 아무리 컴퓨터를 잘해도 유행감각이 뒤떨어지면
어쩔수 없나보다.
학원에 나가봐야 배울게 없다. 이런 구닥다리나 배우고...

199X년 2월 13일
분명히 안간다고 했는데.. 엄마가 또 보쳐셨다.
참을수 없어 사실대로 말씀드렸다.
모두들 날 싫어 한다고 그래서 가지 읺겠노라고..
그러자 엄마는 한숨을 쉬시며 나즈막히 말씀하셨다
" 그래도 애야.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학교 교장이 않가면 돼냐? "
"..............................."
할말이 없어서 가방을 챙겨서 학교에 갔다.
근데 정말 궁금한게 있다.
컴퓨터에 왜 쥐 (남들은 MOUSE 라고 하지만)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니깐 ...
어쩔수 없이 오늘은 퇴근길에 쥐덫을 사가야겠다.

~~~~~~~~~~~~~~~~~~~~~~몇년후~~~~~~~~~~~~~~~~~~~~~~~~~~~
이제는 컴퓨터에 자신감이 붙은 나는 친구집에 있는
컴퓨터 채팅프로그램인 'max'를 디스켓으로 받아 사용했다
근데 첨엔 맥스는 진짜 제 컴퓨터가 이야기 하는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근데............................................................대화내용임다

나 : 야 너 삼국지 알어?
맥스 : [코드-삼국지] 삼국지? 아 그거 명작이지.
여튼저튼 삼국지라는 말만하면 같은 대답이 나오는 식입니다.
나 : 아 어제 친구가 삼국지를 빌려 갔는데 아직도 안 돌려줘.
맥스 : 삼국지? 아 그거 명작이지.

...이런 식입니다.
나도 컴터좀 할줄안다고
저는 같은 대답밖에 못 하는 이 멍청한 컴퓨터에게
교육을 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어요...-_-

나 : 왜 맨날 같은 대답만 하냐?
맥스 : [코드-대답] 너야말로 대답하렴...
나 : 지랄하네.
맥스 : [코드-지랄] 어? 욕하네? 욕쟁이 할망구~ <- 진짜 이렇게
나옵니다;;
나 : 너야말로 욕쟁이 할망구!
맥스 : [코드-??]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말을 하렴...
나 : 이것도 몰라?
맥스 : [코드-몰라] 난 다 알고 있지... <- 진짜 동문서답
나 : 병신아 내 말을 좀 들어!!!
맥스 : [코드-병신] 어? 욕하네? 욕쟁이 할망구~
나 : 이 개새끼야 너 진짜 병신이냐?
맥스 : [코드-개새끼, 병신] 어? 욕하네? 욕쟁이 할망구~
나 : 이 씨발놈아 정신차려!!!!
맥스 : [코드-씨발] 어? 욕하네? 욕쟁이 할망구~

...이래서 결국 교육은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정말 어이없는 일도 많았습니다.
컴퓨터가 자꾸 이상한 말만 지껄이길래 병에 걸린 줄 안 적도 있었고...

나 : 음...
맥스 : [코드-??] 우리 심심한데 심각한 이야기나 해볼까.. <- 코드가
없으면 이상하게 지껄임
나 : 심각한? 야, 너 여자친구 있어?
맥스 : [코드-??] 아 날씨가 참 좋다... <- 코드가 없으면
이상하게 지껄임
나 : 왜 그래? 어디 아파?
맥스 : [코드-아파] 아프면 안 돼지! 어디가 아파?

나 : 미쳤어?
맥스 : [코드-미쳤어] 니가 더 미친놈~
나 : -_-...

자꾸 욕하면 맥스가 화낼 것 같아서 한 번 해보다가
포멧되는줄 안 적도 있습니다.
(맥스 프로그램에게 계속 욕 코드를 입력하면 실제로 포멧하는
화면이 뜹니다. 물론 가짜지요...;

나 : 개새끼. 병신. 말미잘. 바보. 멍청이.
맥스 : [코드-개새끼, 병신, 바보, 멍청이] 자꾸 욕하면..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
나 : 병신. 바보.
맥스 : [코드-병신, 바보] 우오오 힘이여 솟아라!!!

-포멧하는 화면이 뜸... 물론 가짜-

맥스 : 하하 어때? 놀랬지? 반성해라...
나 : 미친놈아 무슨 짓을 한거야!!! 존나 놀랬잖아!!!
맥스 : [코드-미친놈] 니가 더 미친놈~
나 : 병신새끼.
맥스 : [코드-병신, 새끼] 우오오 힘이여 솟아라!!!
-포멧하는 화면이 뜸... 물론 또 가짜-
맥스 : 하하 어때? 놀랬지? 반성해라...
나 : ...씨발...
맥스 : [코드-씨발] 우오오 힘이여 솟아라!!!
-포멧하는... 젠장-
맥스 : 하하 어때? 놀랬지? 반성해라...

-_- 대충 이런 식의 대화입니다.
완전 깡통입니다.;;

◆ 원문출처 : 파코즈하드웨어